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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3.

세계 최고의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Air Asia)의 현재와 미래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2년을 체류하면서 인근 나라들을 여행할 때마다 항상 에어아시아를 애용했고 한국 귀국 후에도 에어아시아를 종종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에어아시아에 대한 애정이 있고 나름 에어아시아에 대해서 두루두루 관찰하고 직접 체험하면서 느낀점과 에어아시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분석과 전망을 해보려고 한다.
에어아시아는 2019년 현재 세계 1위 저가항공사이다. 본사가 말레이시아에 위치해있고 재미있는 점은 말레이시아의 CEO인 Tony Fernandes의 와이프가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에어아시아에 대해 굉장히 놀란점은 일단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동남아시아 내 한 나라에서 인근 나라로 가는데 심지어 5만원 미만으로도 가능하다. 마치 인천-제주 항로를 연상하게 하는 시간과 비용인데 아무래도 동남아시아 특성상 인근 국가들이 근거리에 밀집해있다보니 이런 것들이 가능한 것 같다. 심지어 에어아시아의 회사 슬로건도 에어아시아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Now Everyone Can Fly (이제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습니다)

The world's best low cost airline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항공사) 


이런 가격 경쟁력과 많은 노선 수로 인해 비교적 임금 수준이 낮은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부담없이 인근 국가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동남아시아는 인근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로 일하러 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데 에어아시아 같은 저가항공사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 것 같다. 실제 에어아시아의 놀라운 가성비 덕에 동남아시아 체류 시 자주 이용을 했는데 에어아시아에 대해 느낀 몇가지 사항을 간략히 표현하자면,

  • 여객기의 관광버스화 : 보통 여객기하면 같은 운송수단인 관광버스에 비해 훨씬 높은 가격과 고급스러운 느낌과 스튜어디스의 친절한 서비스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에어아시아는 다른 항공사에 비해 전반적으로 서비스라던지 각종 편의적인 부분에서 군더더기가 많이 빠져있다. 에어아시아 이용 고객층이 대체로 아직 소득이 그다지 높지 않은 동남아시아 사람들라는 것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외관 상 보기에 대체로 후줄근하고 편안한 차림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다시 말해 중산층 이하의 평범한 사람들도 그들의 고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 불필요한 비용 요소의 제거 : 비행기 예약할 때 보면 알겠지만 무료 수하물 무게 한도가 다른 항공사에 비해 굉장히 낮게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추가 무게 옵션을 붙여서 더 구매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기내식도 옵션으로 되어 있어 원하면 따로 구매를 해야하고 그 흔한 땅콩도 주지 않는다. 최근 태국에서 한국 귀국할 때 에어아시아를 탔는데 심지어 물조차도 구매를 해야해서 황당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모든 비행기가 그런지는 확실치 않지만 좌석 뒤에 붙은 영화 감상을 위한 모니터조차 붙어 있지 않다. 그 외에도 얼마나 에어아시아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업계의 관행과 표준들을 깨부수어 왔는지에 대한 고심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 저가항공사이지만 세계 1위라는 자부심 : 에어아시아는 저가항공사의 대명사이고 실제 서비스 수준이나 퀄리티도 일반항공사에 비해 낮지만 세계 1위의 저가항공사이기 때문에 뭔가 그들만의 자부심이랄까 어떤 아우라 같은게 있다. 에어아시아의 대표 색상이 빨간색이고 스튜디어스도 빨간색 옷을 입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던 다른 항공사에 비해서 눈에 잘 띄고 에어아시아 로고를 보면 뭔가 모르게 긍정적인 느낌이 든다. 자칫 싸구려로 비춰질 수 있는 저가항공사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훌륭하게 해냈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저가항공사가 넘쳐나지만 규모나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에어아시아에 비교할 수가 없다. 에어아시아는 이미 아시아를 대표하는 저가항공사이자 세계 1위 저가항공사이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자면 일단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들 상당수가 개발도상국이고 현재 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전체 인구는 6.4억명인데 그들 소득 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여행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지만 그들의 구매력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에어아시아 같은 저가항공사가 일반항공사보다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거의 모든 나라들이 한 대륙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유럽과 다르게 동남아시아의 많은 부분은 섬의 형태로 대륙과 분리된 곳이 많다. 그 의미는 곧 버스나 열차로 커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점이고 배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제한이 많아 비행기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위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비행기, 항공사 하면 떠오르던 고급스러운 이미지, 최상의 서비스와는 다르게 에어아시아를 이용하면 마치 관광버스를 탄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전반적인 서비스 수준이나 외적으로 보여지는 고객들 느낌이 대체로 그렇다. 고급스러움, 고퀄리티를 추구하는 여행자라면 아마도 이런 부분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나처럼 실속을 더 중요시 여기고 여객기는 본질적으로 운송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히려 이런 에어아시아만의 특징이 굉장히 색다르게 느껴지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물론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겠지만 말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동남아시아의 문화적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친절하다고 느껴지는 국내 메이저 항공사의 스튜어디스들과 다르게 에어아시아의 스튜어디스들은 잘 미소짓지도 않고 너무 편하게 일을 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부분이다. 때로는 오히려 승객인 나한테 승질을 내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굉장히 실망스럽고 안좋은 기억으로 남은 부분이긴 하나 에어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국 국적기인 타이 항공의 스튜디어스한테도 비슷한 경험을 한 부분이라 아마도 모계 중심적인 성향이 짙은 동남아시아의 문화적 특성 때문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또 저가항공사에 완벽을 바라는 것도 좀 무리인 것 같다.

앞으로 에어아시아의 미래를 전망하기에 앞서 현재 세계 경제의 상황과 저가항공사 업계의 호재와 악재를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호재

  •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적으로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에 따라 해외 여행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비즈니스나 화물 운송 또한 증가하고 있다.
  • 저가항공사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싸구려라는 인식보다는 기존까지는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수만 누릴 수 있었던 해외여행이 일반 대중들에게 까지 넓혀져 '여객기의 관광버스화'되는 느낌이다.
  • 유튜브나 SNS가 널리 퍼지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지고 있으며 Expedia, Hotels.com, Agoda, Booking.com, Tripadvisor, Airbnb와 같은 비행기&호텔 가격 비교 예약 사이트, 여행지 리뷰 사이트, 숙박 공유 사이트 등의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저렴하고 편리한 해외여행 트렌드를 부추기고 있다.

악재

  • 최근 몇년 사이에 발생한 브렉시트, 미중무역분쟁이나 세계 경기 불황으로 인해 여행에 대한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다.
  • 선진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국제 테러가 발생하면서 그로 인한 관련 법률 제정 때문에 여행 비자를 획득하기가 많이 어려워졌고 입국 절차가 굉장히 많이 복잡해졌다.
  • 저임금 국가에서 고임금 국가로 직업을 구하기 위해 갔다가 아예 눌러 앉아버린 불법 체류 노동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개발도상국 국가 출신 여행자들에 대한 입국 조건이 매우 강화되었다.
  •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우후죽순 생기게 된 저가항공사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전반적인 업계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고 경쟁력을 잃은 많은 항공사들이 파산하고 매각, 합병 당하고 있다. 실제 2017년 이후로 유럽의 몇몇 저가항공사들이 파산하기 시작했고 그런 트렌드가 현재까지 전세계로 이어지고 있다.
  • 지금까지 항공사가 항공기를 리스하던 방식에서는 재무제표에 운용리스가 반영되지 않았으나 2019년 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 16 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이 되기 시작하면서 특히 대다수의 항공기를 리스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저가항공사들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경영난에 휩싸여 매각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 중 하나에도 이 새 국제회계기준이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에어아시아는 꽤 견실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내가 보기에 에어아시아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2016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가 74.4 억명인데 그 중 아시아 인구가 44.6 억명이고 비율로 치면 60% 정도이다. 아직까지는 에어아시아가 동남아시아에 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인도, 파키스탄 지역의 남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이 모여있는 서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해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는데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요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에어아시아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사라는 이미지를 잠재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심어줄 수 있다. 에어아시아가 비록 말레이시아의 항공사이긴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색채가 거의 없다. 아마 의도적으로 특정 국가의 항공사임을 드러내지 않는 대신 아시아 전역을 포용하려는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고 같고 말레이시아는 역사적으로 해상무역의 요충지로서 수백년에 걸쳐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일본의 식민지를 당했거나 일부 지역을 점령 당했었고 여러 종교와 민족들이 모여들었던 다민족,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포용성과 개방성이 에어아시아에 그대로 녹아 들었다고 생각한다.
  • 에어아시아의 본사는 말레이시아에 있다. 말레이시아는 약 60%가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 국가이다. 즉, 이슬람이 대표 종교인 중동(서아시아)으로도 진출할 수 있는 유인거리가 많다. 예를 들어 매년 열리는 이슬람 최대 행사인 메카 성지순례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열리는데 동남아시아에만 2.4억명에 달하는 무슬림 인구가 있고 그들이 일생에 한번씩 메카에 성지순례를 하러 간다고만 계산해봐도 어마어마하고 또한 말레이시아는 영어가 공용어인 나라로서 중동 이슬람 국가 출신의 학생들이 많이 유학을 오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 수요를 어림짐작 해봐도 어마어마하고 그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 다인종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인도계 인구는 250만명 정도 된다고 한다. 이들이 살면서 한번 이상은 인도, 네팔, 파키스탄이 위치한 남아시아 지역으로 여행을 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포섭하기에 에어아시아가 가장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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