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중국과 한국을 보다

 
이전에 베트남에 두 번 방문해보았고 총 체류기간은 2~3주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큰 인상을 받은게 몇 가지 있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중화문화권에 속한 나라이며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나라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피부톤이 조금 어둡긴 해도 한국인, 중국인처럼 생긴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인은 자국이 중국에 역사적으로 거의 종속 당하다시피한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스스로 중국과 한국이 서로 매우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의도적으로 중국을 비하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실제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느끼는 인상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여러나라를 돌아다니고 여러나라 사람을 만나본 결과 외국인(특히 서양인)들은 한국을 중국과 매우 밀접한 관계의 나라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우리가 모든 서양인을 미국인으로 착각한 적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문화나 생김새도 비슷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과거에 한국이 중국의 일부이지 않았냐고 묻는 서양인도 있었다. 듣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기가찰 노릇이지만 잘 따지고 보면 꼭 아니었다고 딱 잘라서 말하기도 힘들다. 오랜기간동안 한국은 중국의 사상과 학문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문자도 아주 오랫동안 사용했으며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제후국이 아니었던가. 마찬가지의 경우로 베트남도 한국의 상황과 매우 흡사한 것들이 많은데 베트남은 현재 대외적으로 중국을 적으로 여기며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실제 같은 중화 문화권에 속한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도 베트남은 내 머리 속의 중국의 이미지와 매우 가까웠다. 난 아직까지 중국에 방문해본 경험이 없지만 '만약 내가 중국에 갔더라면 베트남에서 본 모습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베트남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베트남 여러 유적지에 한자로 쓰인 오래된 건축물의 명판과 중국 관리 석상이 있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중국의 지배를 약 1000년간 받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관리를 파견하여 베트남 각지에 정착시켜 관리를 했다고 하니 사실상 중국의 지배권에 있었다고 봐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서 묘하게 공통점이 많이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들 알다시피 중국은 현재 지속적으로 현대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반문명적 미개함의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는게 사실이다. 한국도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처럼 명목적으로는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생활 속에서 숱한 미개함을 찾아볼 수가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특유의 미개한 부분을 많이 관찰했다. 세 나라 모두 중화 문화권에 속해있고 외모, 문화, 정서가 우리와 비슷하다보니 그들 생활 속에서의 미개함이 내 눈에 더 쉽게 띄었다. 아마도 기나긴 전쟁의 영향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을 설명하는데 아직도 한국전쟁을 빼놓을 수 없고 아직까지도 그 전쟁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것은 60여년 전에 일어난 불과 3년 간의 전쟁이었다. 반면 베트남 전쟁은 1955년부터 1975년까지 20여년에 걸쳐서 진행되었던 장기간의 전쟁이었고 그로 인한 수많은 인명피해와 손실로 고통을 겪은 나라라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배척하는 것 같은 인상을 많이 받았다. 특히 한국군도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민간인 학살 등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었기 때문에 한국인에 대한 인상도 그다지 좋지 않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하다가 현지인에 의한 상당히 불쾌하고 무례한 경험도 몇번 겪었지만 인터넷에서 본 글에 따르면 특히 백인들이 그런 경험을 더 많이 겪는 듯 했다. 60년 전에 겪었던 불과 3년뿐이었던 한국전쟁 후에도 아직 지금까지 그 여파가 남아있는데 1955년부터 무려 20여년간 전쟁을 치룬 이 나라에서 고통, 모순, 무기력함, 트라우마를 평범한 사람들의 정서 상태와 그들의 문화에서 어디를 가던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나라도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이고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도 한국과 공통점이 상당히 많아보였고 정치적인 부분만 제외하면 우리와 정서가 비슷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마치 우리 부모님 세대가 젊었을 때 이런 환경에서 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일 관련해서 방문했던 하노이에서 멀지 않은 한 시골 지역의 경우 그래도 사람들이 순박하고 친절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지만 두번째 방문의 경우 관광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명 관광지나 큰 도시를 방문하면서 나쁜 인상을 몇 차례 받았다. 관광객이 많은 곳에서 베트남 사람들은 외국인에 대해 어떤 것을 느꼈을까? 객관적인 수치로 봐도 베트남은 아직 가난한 축에 속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 서구 세계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물론 어려서부터 사회주의 사상의 우월함, 호치민에 대한 세뇌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호치민 덕에 프랑스나 미국, 중국과 같은 외세 세력으로부터 자립을 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 자립이 곧 고립이 되었고 1986년 도이모이 정책으로 경제적으로 중국처럼 자유개방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사회주의 제도를 유지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 세계적 추세와는 확연히 다른 현실들이 베트남 사람들을 더더욱 절망과 체념으로 빠지게 만들고 인지부조화 현상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른다. 아직 그들이 느끼는 자신들의 모습과 세계의 보편적인 모습의 차이에서 큰 괴리감과 고통을 느끼고 그 부정적인 느낌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외부에 대한 적대감으로 바뀌고 자기들끼리 뭉치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 아닌가? 중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고 아직 한국에서도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중국의 거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피부로 느꼈다. 또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한국인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과거에 느꼈던 고통과 체념, 절망을 떠올릴 수 있었다. 우리가 외면하고 지우고 싶었던 부정적인 모습을 이곳에서 다시 조우하니 뭔가 모를 불편함과 거북한 감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현재 베트남은 경제적으로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세계에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이고 사회주의 특유의 질서와 깔끔함,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강한 결의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현재의 대내외적 흐름은 베트남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베트남의 성장과 진보에 큰 기대를 해도 될 것 같다.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 모두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에 대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더 강렬한 감정과 뭔가 모를 애틋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어찌되었건 나는 베트남을 응원한다. 그들도 좀 더 자유와 행복과 부를 누릴 권리가 있다. 다만 그들이 좀 더 세상에 대해 자신들의 마음을 열고 세상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들 자신의 모습을 한번쯤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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