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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18.

한국인의 사나운 눈빛에 대한 분석



우리 한국인들은 매일 매일 생활 속에서 느끼며 사는 것이지만 그 누구도 입밖으로 내지 않는 사실이 있다. 바로 한국인 특유의 눈빛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특유의 희번덕거리며 교활하고 사납고 때로는 살기마저 느껴지는 눈빛을 말한다.
해외에 처음으로 나가기 전까지 한국에서만 살면서 그런 눈빛에 대해 크게 의식을 하지 않았었다. 너무 흔해서 마치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여행을 하고 체류하면서 정말 편안하고 안정된 눈빛의 외국인들만 보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올 때면 그 불편한 기운을 확연히 느낄 수가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면 일반적으로 서양인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화하기가 쉽고 그 덕에 서로간에 감정과 의사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반면에 같은 한국인끼리는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부터 너무 힘겹다. 조금 노력해서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곧바로 눈싸움, 기싸움이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처럼 어떤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불신, 징그러움, 절망, 증오, 우울, 때로는 살기까지 느껴질 때도 있다. 문제는 한국인 중에 그런 비율이 높아서 이제는 맑고 편안한 눈을 가진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려울 정도이다. 일단 그런 눈빛은 상대를 제압하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혹은 반사적으로 드러내는 굳이 비유를 하자면 동물적인 눈빛이다. 아마도 자신의 의견과 권리를 함부로 드러내기 어려운 불합리적인 상황에서 꾹꾹 참고 억누르며 살아가는 문화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며 지나친 경쟁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긴 상호 불신과 기만 그리고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군대 문화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상대방이 자신을 잠재적으로 억압 또는 해칠 가능성이 있거나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라고 느낄 때, 극심한 권력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을 응시할 때, 아주 강한 성적 욕망을 느끼는 사람을 응시할 때, 상대로부터 비판과 무시를 당할 때 저런 눈빛이 나타나기 쉽다. 일본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러한 눈빛을 '한국인 특유의 사나운 눈빛' 이라고 표현했다. 영어로 표현하면 Evil eye, Rape eye, Piercing eyes 가 유사한 표현이지만 문화적인 차이 덕에 그 눈빛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고 보며 한국말에서 찾아보면 눈빛 강간, 희번득한 눈빛, 포스가 느껴지는 눈빛, 레이저 눈빛, 카리스마 있는 눈빛, 제압하는 눈빛, 살기어린 눈빛, 광기어린 눈빛, 부리부리한 눈빛 등 정말 많은 표현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런 눈빛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금기에 속한다.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어딜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이런 주제를 공개적으로 꺼낸다면 그 자리의 분위기가 바로 굳어지고 싸늘해지고 불편해질 것이다. 그 눈빛 속에 담긴 속마음이 겉으로 표현하기에는 떳떳하지 못하거나 말로 꺼내기에는 민감하고 여러 이해관계와 생존 본능이 얽힌 문제이기 때문이다. 직접 보고 경험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 내에서는 한국, 태국,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사람들에서 저런 눈빛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성별로 치면 남자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극심한 경쟁과 낮은 상호 신뢰도, 태국의 경우 왜곡된 정치제도로 인한 사회의 계층화가 원인이 아닐지 조심히 추측하며, 베트남의 경우 오랜 전쟁과 식민지 역사, 미얀마의 경우 오랜 군사독재와 다양한 민족 간에 불신이 원인이 아닐까 싶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극단적 빈부격차와 불안전한 치안 상태 때문인 것 같다. 성별로 보면 남자가 더 흔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녀 불문하고 어떤 상대에게 성적 욕망을 아주 강하게 느낄 때 자신도 모르게 그런 눈빛으로 상대를 응시하게 된다.

지나친 일반화일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유럽, 오세아니아 등의 선진국 사람들이나 선진국이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어려움 없는 환경에서 원만하게 자란 사람들은 대체로 안정되고 편안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반면에 생존 환경이 열악한 나라의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사나운 눈빛이 흔한 이유는 무엇일까? 법과 합리적인 시스템이 사회에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해 제대로 지켜질지 미심쩍은 법보다 당장 주변에 있는 어둠의 권력자의 주먹이 더 무서운 현실, 희박한 인권 의식으로 인해 어떤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조차 모른 채로 자행되는 온갖 종류의 인권 침해 행위, 현대화가 아직 덜 이루어졌던 시기에 아주 흔했지만 모두가 쉬쉬하며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갔던 시골 마을 혹은 특정 조직 및 단체 내에서 발생했던 전통과 관습을 앞세운 각종 범죄 행위들, 특정 소수 계층에 대한 배려없는 잔혹하고 비인격적인 대우와 차별, 인간의 본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은 정치적(공산주의, 독재, 군주제, 전체주의) 규율 및 법칙에 의해 서로를 감시하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그런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위협과 불쾌감을 느껴 못본척하거나 경계하거나 적대하는 반응을 보이며 그 상황을 피하려 하는게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그 사람과 불가피하게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친해지려하거나 아부를 떨면서 '그 사람은 알고 보면 착한 사람' 이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설득시키거나 아니면 반대로 완전히 적으로 돌려버리거나 상종하지 않거나 단둘이 마주치는 것을 최대한 피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는 맨 정신에 그런 사람을 지속적으로 상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그런 눈빛을 한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깊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 속에서 이런 눈빛을 보는 것이 불쾌하고 거부감이 들지만 정작 이런 눈빛은 분명 우리 사회가 만든 결과물이다. 사회 내부의 모순이나 문제에 대한 반발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혈기 넘치는 사람들의 눈빛을 통해 그런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간관계에서 사나운 눈빛이 흔하게 나타나는 것은 그 사회의 지나친 경쟁 문화, 상호신뢰 부족, 법과 규칙에 근간한 시민의식의 부재, 시대에 뒤떨어진 불합리한 전통이나 악습, 존중받지 못하는 다양성, 낮은 인권 의식으로 인해 위협받는 자기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동물(본능)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사회는 표면적으로는 선진국에 도달했을지 모르나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소프트한 부분은 다른 선진국 국가들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다. 흔히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쉽게 발견되는 문제들을 아직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우리 사회와 의식 속에 남아 있는 미개함과 전근대적인 악습을 버리고 모두에 의해 합의된 법과 규칙, 시스템을 존중하고 준수해야만 차근차근 해결될 수 있을 것 같고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가능하다면 여러 나라에 해외여행을 많이 해보면서 우리가 가진 문제나 우리가 배워야할 점을 타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살기 좋은 혹은 여유로운 나라로 여겨지는 나라에서 장기간 체류를 해보면서 마음 속의 여유를 발견하고 사람 간의 신뢰의 중요성과 그 느낌을 현실 속에서 체험함으써 스스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 1개:

익명 :

정말 공감이 많이가는 글이네요
특히나 나이를 들수록 더 그런부분이 느껴지고요
뭔가 눈을 쳐다보면 경쟁관계에서 지면안돼!라는 생각이 드는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사람을 판단할려고 하는눈빛을 가진사람과
그냥 순수하게 바라보는 눈을 가진사람등등
그냥 3초만 쳐다봐도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