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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30.

미국계 북한인 형제와 북한의 프로파간다(선동)


위 동영상의 서양인 형제는 북한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는 미국계 북한인이다. 이들의 아버지인 제임스 드레스녹은 미국의 양육기관에서 자랐고 스스로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미군에 입대한 후 남한으로 파병을 오게 되는데 군복무 중 사회주의를 동경을 하게 되어 1962년에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복무 중 외출 허가증 서명 위조를 저질러서 처벌을 피하기 위해 탈영했다는 말도 있다)
처음에는 같은 백인국가인 소련으로 귀순 시도를 했으나 거절당해서 북한에 영구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영상에 따르면 두 형제는 북한에서 나고 자라 북한 여자와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키우고 있고 동생은 장교로 북한군에 복무를 하고 있고 형은 군관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며 본업 외에도 체제 선전 영화에 미군 역으로 출연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위 영상은 미국 친북 매체인 민족통신의 미국계 한국인 기자 노길남씨가 인터뷰를 한 것이며 보고나서 한국인이자 남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영상에서 두 형제는 시종일관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과 자신들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의 논리와 어조는 꽤 설득력이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자신들 스스로가 미국계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 외교 정책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을 하는 모습에서는 묘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비판 방식이 감정적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라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하게 만들어 진짜로 이들이 주장하는대로 우리가 미국의 술책에 놀아나는건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이 영상을 통해 북한식 프로파간다(선동)와 심리전 능력과 효과에 감탄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들의 강하고 확신에 찬 어조와는 다르게 눈빛과 표정에서는 뭔가 모를 공허함과 깊은 체념이 느껴졌고 김정일과 김정은에 대해 언급할 때 잠시 드러나는 머뭇거림과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들 스스로의 언행에 굉장히 주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이 영상이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과 사고의 틀을 깬다는 것이다. 서방세계와 남한에서 북한을 체제를 비난할 때 기아로 굶어죽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탈북자 자신이 수용소에서 겪었던 잔인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고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각종 무기 및 핵실험을 하는 장면과 그에 기뻐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곤 한다. 반면 이 푸른 눈의 북조선 형제는 미국이 전세계와 아시아를 무력으로 협박하여 그들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제국주의적인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보통 우리가 TV를 통해서 볼 때 북한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매우 과장된 몸짓과 어조로 미국을 공격적, 감정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을 보곤 하지만 이 형제들의 비판 방식은 매우 차분하고 논리적이며 과장없이 정확한 논점만 확실하게 짚어낸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그 내용은 사실 남한 사람들도 겉으로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충분히 머리 속으로 인지하고 공감할만한 내용들이다. 이 영상 내용이 얼마나 연출되었는지 혹은 얼마나 진실을 말하는지는 실제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북한도 자기네들 나름대로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논리를 구축하고 있고 합리적인 자세로 외부 세계에 대응하려는 모습을 어필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프로파간다 영상으로서의 완성도만 놓고 보자면 별점 ★★★★☆ 을 주고 싶을 정도이다. 

지금 내가 있는 외국에서는 이 영상을 보는데 문제가 전혀 없지만 한국에서는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남한에서 북한과 관련된 미디어와 체제 선전물을 보는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또 정부 차원에서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인터넷 검열을 하고 있다. 물론 VPN이나 우회 브라우저 등의 방법으로 북한 사이트 등에 접근할 수 있지만 어쨌건 그 내용들을 잘 살펴보면 왜 정부에서 인터넷 검열을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북측이 매체를 통해 주장하는 바를 살펴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고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관점을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와 동일하다. 양쪽 정부에서 내세우는 주장하는 상대의 모습과 실제 상대의 모습에는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싸움은 각국 정부가 자신들 체제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서로를 비판하고 온갖 수단으로 자신들 체제의 우월성을 자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큰 회사가 자사 상품을 광고를 통해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일반인 입장에서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단지 양측 정부가 상대를 이기려는 노력만이 있을 뿐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가는데로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결국 최후에 살아남는 정부가 곧 옳은 정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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