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이 있으면 살인을 해도 될까?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다. "합리적인 명분이 있으면 살인을 해도 될까?" 이 질문에 대해 대다수는 "어떠한 경우에도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게 보통사람들의 상식이다. 하지만 이제 몇가지 예시를 들어보겠다. 지구의 역사는 곧 살인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살인이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분명 언급하기에 불편한 주제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글은 단지 우리가 별다른 생각없이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사실에 대해 조금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만약 현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개선을 해보자는 목적으로 쓴 글임을 미리 밝힌다.

1. 종교

이슬람의 코란 9:5 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금지된 달이 지나면 너희가 발견하는 불신자들마다 살해하고 그들을 포로로 잡거나 그들을 포위할 것이며 그들에 대비하여 복병하라' 세계 3대 종교 중 하나인 이슬람에서는 종교를 구실로 살인을 합리화 하고 있다. 꼭 이슬람뿐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중세 기독교가 십자군을 구성해서 이슬람이 차지한 과거 영토를 되찾기 위한 이도교를 탄압하고 살인한 것도 그 예가 된다. 이처럼 종교라는 이름 아래 이교도를 죽이는 일은 역사적으로 숱하게 일어났고 지금도 또 일어나고 있다.
 

2. 군사작전

전쟁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군대와 군인의 용맹하고 강력한 모습 뒤에는 적을 죽여서 없애야만 하는 근원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물론 군대는 자국의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 핵심을 들여다보면 전쟁 중 적을 파괴하고 살육하는 것이 바로 군대가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다. 군인이 된다는 것은 국가 스스로의 보호와 생존을 위해 개인에게 살인 면허를 주는 것이라 볼 수 있고 국가가 전투에서 큰 업적을 세운 용맹한 군인에게 수여하는 보국 훈장은 어찌보면 살인을 많이 해주어 감사하다며 감사장과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 전쟁을 개시하는 것은 민족, 국가, 종교, 자원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합법적인 살육의 장을 벌이겠다고 선언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역사상 가장 많은 적을 죽인 저격수는 핀란드의 Simo Häyhä 라는 사람인데 소련과 핀란드 사이에 벌어진 겨울전쟁에서 저격총으로 소련군을 505명 죽이고 서브머신건으로 200여명을 죽였다고 한다. 그는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았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단지 나의 임무를 했을 뿐이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전시 상황에서는 군인이 상대(적)을 많이 살해할수록 오히려 칭송을 받게 된다.
 

3. 독립운동

우리 한국 역사의 위인인 안중근, 윤봉길 선생. 이 둘은 한민족의 독립에 큰 기여를 한 위인이지만 사제폭탄으로 적을 죽인 살인자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 일본인이 안중근과 윤봉길 선생을 보는 모습이 그렇다고 한다. 적절한 비유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IS 테러리스트들을 끔찍한 살인마라고 말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이슬람 세계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독립운동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들은 아마도 안중근, 윤봉길 선생이 가졌던 것과 비슷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물론 IS의 방식은 너무 잔혹해서 그들의 당위성에 회의가 들지만 사람을 죽인다는 측면에서는 근본적으로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이 같은 경우는 민족과 신념을 위해 살인이 합리화되는 경우이다.
 

4. 정당방위

상대가 자신에게 폭행을 하거나 그 이상의 위해를 가하려고 할 때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맞공격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상처를 입거나 죽음에 이르게된 경우에 법적으로 처벌을 면제 받는 정당방위라는 법이 있다. 미국 16개 주에서는 야간에 남의 주택에 침입할 경우 그 집주인이 무단침입자를 총으로 죽여도 Castle doctrine 이라는 법으로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며 미국 26개 주에서는 상대의 폭행 등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맞대응하다가 상대를 죽인 경우에도 경우에도 때에 따라서는 Stand-your-ground law 라는 법으로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도 정당방위라는 법이 있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그 요건을 만족시키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미국의 특수한 역사를 고려해야할 것이고 전미총기협회의 로비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의 보호와 생존을 위해 한 살인이 법으로 용서가 되는 경우도 있다.
 

5. 정치

역사적으로 새로운 정치를 내세우는 세력이 등장하면서 기존 집권 세력을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전쟁, 반란, 폭동, 학살이 발생하곤 한다. 제국주의 시절에는 약소국에 침입해서 힘으로 상대 정권을 굴복시키고 그 나라의 자원을 수탈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국가를 통제하는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세력에 반대하는 자들을 죽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때로는 피지배층이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혹은 문명이 미개하고 하찮다는 이유로 그들을 살인하는 것이 정당화되기도 했었다. 그 제국주의를 내세웠던 국가들 중 상당수는 현재까지도 상당한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는 강대국인 경우가 많아 그들의 만행이 아직까지 제대로 처벌받거나 객관적인 평가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제국주의 이후 공산주의 세력이 등장하면서 부르주아, 지식인, 자본가를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던 사건과 독일에서 나치세력이 등장하여 유대인, 장애인, 정신이상자, 동성애자를 수용소에 몰아 잔인하게 학살했던 사건이 있었다. 공산주의와 나치는 일반적으로 서구 선진 세계에서는 '나쁘고 잘못된 세력'이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자칭 훌륭한 정의의 대표주자인 미군이 한국전쟁 중 벌였던 민간인 학살 사건, 베트남에서 미군과 한국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 학살을 했던 사건, 미군이 중동에서 벌였던 전쟁에서 민간인 무차별 폭격 등이 있었다. 물론 미국 국방부는 작전 중에 벌어진 의도하지 않았던 사고였다고 주장했지만 말이다. 이처럼 때에 따라서 같은 살육에 대해서도 그 죄를 묻는 무게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 이라는 말처럼 승자의 살인은 정의와 인류의 평화를 명목삼아 묵인 혹은 미화되기도 한다.
 

6. 사형제도

전세계적으로 사형제도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많은 나라에서 사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종종 연쇄살인범이나 강간범이 체포되었다는 기사가 국내 포털사이트에 뜨면 네티즌들이 그 범죄자를 사형시켜야 한다느니하는 댓글을 숱하게 볼 수 있다. 사형을 시행하는 국가들 중 눈여겨봐야할 부분은 미국, 중국, 이슬람 국가에서는 마약범죄에 대해 사형을 시행하는 곳이 많고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수단,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간통죄에 대해 투석형을 시행한다고 한다.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확실한 원칙 없이 공포 정치의 목적으로 공개 처형을 자주 시행하는 것 같다. 이처럼 사형을 시행하는 근거로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사상에 입각해 보복의 의미로 제정되었거나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자를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고 국가의 정치, 종교적 권위와 범죄 소탕, 체제 유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공포심을 조성하는 수단으로 시행되기도 한다. 사형제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사형제도는 범죄자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 회피이자 국가에 의한 살인이라고 생각한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의 배경을 보면 대개 사회가 제대로 돌보지 못한 취약 계층에 속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데 사회가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인데도 막상 범죄를 저지르니까 사형시켜 버린다는 것은 국가의 책임 회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가 한 개인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하며 사형 대신 영원히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무기징역으로 대체하는게 더 윤리적으로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결론

이처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살인에 대한 인식은 일관적이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마다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아주 먼 옛날 대규모 문명이 형성되기 전 부족사회에서는 주변 부족이나 타민족을 죽이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현재는 그렇지 않지만 아직까지 살인에 대해 모순된 관점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상황에 한해서 자신과 다르거나 위협적인 상대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상대를 죽이는 것은 아직 우리 현 인류의 도덕 수준에서는 용인이 되는 것 같다. 그 상황이란 위에서 나열한 종교, 정치, 군사작전, 독립운동, 정치, 사형제도 등이 해당된다. 앞으로 미래에는 살인을 바라보는 인류의 관점과 도덕 수준이 어떤식으로 변화할지 두고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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