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유독 아시아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


한류,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만 그 인기의 대부분은 아시아에서 얻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아시아 내에서 드물게 민주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종교와 사상, 언론과 출판, 표현의 자유가 상당히 보장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아시아 내에서 상당히 발전된 나라이기도 하다. 아시아에는 주로 왕이 존재하는 나라(일본,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등)가 있고 종교의 힘이 강력한 나라(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공산주의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나라(중국, 베트남)들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 아시아 내에서 고도의 경제력를 갖춘 상태에서 표현의 자유가 상당히 보장되는 나라는 고작해봐야 한국, 일본, 대만 정도에 불과하다고 본다(싱가포르와 언론, 표현의 자유가 약하고 브루나이는 이슬람 술탄 왕조 국가라 제외함). 
이처럼 왕이 통치하거나 종교의 힘이 강하거나 공산주의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나라의 특징은 국가가 그 국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전통과 애국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회 분위기나 계층적으로 경직되어 있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제한적인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 나라에서 한국 드라마, 음악, 영화, 예능과 같은 컨텐츠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한국은 어찌보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터부나 한계없이 표현의 자유의 끝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정점에 한류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사회 모든 부분에 있어서 너무도 빠르게 기존의 가치들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무리 권위있는 사람이나 기관이라도 현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습에 대해 전통적 가치, 도덕, 규칙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의 대중문화가 기존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넘어 순식간에 전파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전통과 도덕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살아온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너무도 신기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드라마, 음악, 영화, 예능과 같은 대중문화의 특성상 현실보다 더 극적으로 연출되고 판타지가 개입되기 때문에 자유와 새로움을 갈망했던 사람들에게는 마치 신세계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물론 자기네들과 생김새와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에 서구문화보다 더 가깝게 와닿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문화와 한류를 잘 살펴보면 한가지 중요한 코드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의도한 듯 아닌 듯한 천박함에 있다. 천박함은 한국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이다. 보통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천박스러움에서 편안함과 친숙함, 안도를 느낀다. 천박함이란 인간의 본능, 욕구와도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 코드이다. 이러한 특성이 전통적 가치와 도덕성, 경직적인 사회 분위기에 큰 영향력을 받고 있는 상당수의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굉장한 친근감과 매력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천박함만 있었다면 지금처럼 한류가 성공적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천박함 말고도 표면적으로 세련되게 보이도록 잘 포장하는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천박함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남자들이 천박하지만 육감적인 여자에게 끌릴 수 밖에 없는 것과 동일하다. 물론 이 뿐만 아니라 한국 고유의 흥, 음주가무를 사랑하는 문화,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시하고 감정적인 국민성도 한류를 구성하는 요소일 것이고 그게 바로 한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본다.


또 이건 그냥 추측인데 한국이 아주 오래 전 조선시대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유교적 질서에 의한 성별, 나이, 신분에 따른 불평등과 그 이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군사정권을 거치며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한의 정서가 아주 오랜 세월동안 한국인의 집단심리 속에 억눌려 있다가 민주주의 덕택에 자유롭게 보장되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현재의 경제적으로 풍족한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서 마치 신들린듯 한풀이 하는 것이 지금의 한류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고 그런 모습이 외국인들에게는 놀랍고 기상천외하게 보여질지도 모른다. 특히 아직까지 전근대적인 색채가 강하게 남아 있는 많은 아시아 국가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현재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주변 아시아 국가들을 차례차례 여행하고 그 나라의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한 한국인으로서 미묘하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일단 한류의 인기를 넘어서 아시아 등지에서 늘어나는 한국인 관광객과 해외에 체류하는 한국인들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사람과 한국문화의 본 모습을 점차 알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꽤 민족주의적이고 자만심이 강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경향이 있으며 한국인들 중에 상당히 천박하고 허세부리기 좋아하고 다혈질적이며 무례한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점차 알아가고 있다. 그렇기 우리도 이제는 유럽과 미국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아시아 국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존중하고 서로 상호작용을 해야한다. 이미 자본과 힘의 축은 서방세계에서 아시아로 이동 중이다. 우리가 그토록 우러러보던 서방세계도 예전 같지 않으며 우리와 그들과의 격차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발전을 위해 고분고투하는 이웃 나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 협력과 교류를 해야할 때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우월감과 자만심이다.

댓글

익명님의 메시지…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한류에 있는 천박함이라는 요소가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라는 지적 한국인으로서 격하게 공감합니다.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지적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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