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인 말레이시아를 통해 본) 진보가 항상 옳은 것인가?



말레이시아는 생각보다 한국을 비롯한 세상에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매우 저평가된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나라이다. 이웃나라인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은 굉장히 친숙한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말레이시아 만큼은 뭔가 수수께끼에 쌓여있고 정글이 우거진 열대지방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2년 정도 살다보니 말레이시아라는 나라가 상당히 현대화되고 발전된 나라이고 동남아시아 내에서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이슬람이 주류라는 사실이다. 이슬람이나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사람이라는 뜻)하면 상당히 낙후된 사막지역에서 사는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모습을 생각하기 쉽지만 말레이시아의 경우 그런 중동지역의 이슬람과는 다르게 여러 서구의 식민지배를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서구문명과 이슬람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리적으로도 열대기후에 속해 식량과 자원이 풍족한 덕도 있을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자체도 언뜻 보기에는 히잡도 보이고 모스크도 보이고 하다보니 전형적인 이슬람 국가로 착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구문화가 굉장히 잘 섞여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영국 식민시절에 유입된 중국계와 남인도계 주민들도 말레이인들과 대체로 큰 문제없이 잘 공존하면서 나름 성공적인 다민족, 다문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교적인 부분만 제외하면 외국인이나 외국 문화에 대해 대체로 관대한 것 같고 말레이시아인들 대부분 영어를 한국인들보다 더 잘하기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살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 나라 자체가 굉장히 안정되어 있고 평화로운 나라이며 정치나 언론의 투명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큰 문제없이 발전해나가는 나라로 보여진다.

보통 백인 중심의 서구 미디어(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들)가 이슬람 세계를 묘사할 때 굉장히 보수적이고 극단적이고 반문명, 전근대화된 모습을 강조하고 반대로 서구 스스로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모습을 중시하고 또 그런 모습을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데 반해 말레이시아는 근본적인 이슬람 율법이라고 알려진 샤리아 율법을 도입해서 일반적인 사법체계와 별개로 이슬람을 믿는 시민만을 대상으로 개인적인 문제에 한해서만 이 율법을 적용한다. 하지만 실제 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느낀 부분은 물론 비무슬림에 비해서 무슬림이 종교적인 질서에서 자유롭지 못해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굉장히 평화롭고 즐겁고 만족스럽게 살아간다는 점이다. 오히려 진보, 혁신, 개혁에 높은 가치를 두는 현재 서구 세계나 한국의 모습이 더 불행하고 비참해보인다. 물론 그런 부분은 경제적인 상황이나 빈부격차와 더 큰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서구사회와 한국 등은 진보 세력이 만들어낸 가치관의 혼란으로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게이 결혼 허용, 간통죄 폐지, 대마초 허용, 여성권리운동, 종교의 세속화 등의 큼직한 이슈 때문에 말이다.

우리는 흔히 진보라는 것을 '지금보다 좀 더 개선된 상태로 변화해가는 것'으로 해석하기 쉬운데 말레이시아에서 살다보니 '현재의 진보가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진보가 맞는건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정작 진보를 외치는 나라들이 보수를 지키는 나라보다 훨씬 더 불행해보이고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고 퇴행해가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 다르겠지만 현재 서구사회와 한국의 모습은 온전한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뭔가에 홀려서 정신을 잃고 미쳐 날뛰는 모습에 가깝다. 누군가가 흩뿌려놓은 잘못된 메시지에 사람들이 현혹되서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바로 지금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만큼 긍정적인 변화도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지만 당장 현재의 상황 때문에 불행을 느끼고 자신이 믿어왔던 가치관이 붕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기존의 주류 질서가 약화되면서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새로운 가치관에 도전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진퇴양난, 바람 앞의 등불의 상황이 지금 서구사회와 한국의 모습이다. 반면에 말레이시아는 몇년 전 샤리아 율법을 도입하면서 보수와 근본을 향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확인 했지만 여전히 순조롭게 그리고 부드럽게 발전해나가고 있다. 물론 서구의 좋은 면은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우리가 말하는 진보라는 것을 재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짜 우리의 삶을 개선시켜줄 긍정적인 진보인지, 아니면 어떤 추악한 목적을 교묘히 가리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진보인지 진정으로 옥석을 가리기 위한 안목을 갖추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댓글

익명님의 메시지…
항상 옳은 것도 항상 그른것도 없습니다.
올바른 우익이냐 올바른 좌익인가가 더 중요하죠.
Anonymous님의 메시지…
동감합니다. 우익과 좌익의 탈을 쓴 사이비가 너무도 흔하고 그걸 일반인들이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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