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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7.

삼성 신입사원 연수와 북한의 아리랑 축제는 매우 흡사하다


몇년 전 대학생 때의 일이다. 주말이나 방학 때는 거의 알바를 했었는데 보통 행사 알바가 페이가 좋고 일이 재밌어서 자주 했었다. 여름 방학 때 우연히 삼성 그룹에서 신입사원 연수 행사 알바를 구하게 되어서 전북 무주리조트로 간적이 있다. 그곳에서 4박 5일 정도 숙식하며 일하는동안 너무 놀라운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행사 스태프로 일하면서 위 유튜브 영상에서 본 것과 거의 동일한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마치 북한 평양에서 매년 열리는 아리랑 축제를 연상케 하는 매스게임과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보면서 '이게 정말 한국 최고의 기업이자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름이 끼쳤고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평양 아리랑 축제를 위해 어마어마한 인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물론 북한의 아리랑 축제와는 그 스케일이나 퀄리티 면에서 감히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어떤 에너지는 어디에서도 느끼기 어려웠던 매우 신비한 경험이어서 마치 내가 평양에서 아리랑 축제를 보고 온듯한 느낌이었다. 뭐랄까 최첨단 기술력으로 세계 일류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삼성이 북한 매스게임에서 보던 전체주의의 느낌을 물씬 풍길 수 있다는 점에 놀랐고 국내 최고의 인재들인 삼성맨들이 저렇게 비인격적이면서도 일개 부품 취급받는 모습을 보면서 '노조없는 삼성은 역시 사람을 어떻게 굴려먹는지 잘 아는 기업이구나' 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 우리는 행사 진행 스태프들이라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행사 전반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무대에 올라왔던 몇몇 '선발된 남녀직원'들의 인물이 상당히 좋다는 것을 일단 느꼈고 그들의 열정적이고 절도 넘치는 퍼포먼스에 두번 놀랐다. 신입 삼성맨 대여섯명이 무대 위에서 그림자만 비치는 얇고 하얀 막 뒤에서 함께 협동하여 몸짓만으로 여러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그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그들의 표정과 분위기에서 뭔지 모를 엄숙함과 장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아래 영상에서 보여지는 북한의 어린 연주자들의 모습과 흡사했다.


이런 모습은 단순히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어떤 사상과 신념에 깊이 경도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마치 어떤 이단 종교에 깊이 빠져 무아지경에 빠진 새내기 신도 같은 모습이었다. 행사 중 또다른 압권은 큰 운동장에서는 신입사원들이 준비해왔던 쇼를 보여주고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벤치에는 기존 사원들이 앉아서 그 쇼를 구경을 하는 그런 구조였는데 마지막 쯤에 신입사원들 수백명이 뒤돌아 기존 사원들이 앉아있는 벤치를 향해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배님~ 저희도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배님~"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이런 멘트로 여러차례 아주 큰 소리로 목청이 터져라 외치고 기존 사원들은 그 기세에 눌린듯 가만히 앉아서 아무말 안하고 듣고만 있는 그런 부분이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신입사원이 기존 사원들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였는데 뭔가 신입사원과 기존 선배들 간의 긴장 관계를 조성해서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묘하게 설계를 했다는 느낌이었다. 유수한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을 삼성인으로 재사회화 하는 과정으로서 이런 특이한 행사들을 하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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