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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29.

와셋, 오믹스 - 국내 고학력 엘리트들을 우러러보고 신격화할 필요가 없는 이유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출신 대학은 평생 따라붙는 꼬리표라고들 한다. 박터지게 경쟁하며 초중고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개개인에게 등급이 매겨지고 졸업 후에는 취업하려는 회사의 수준으로 연결되고 결국에는 삶의 질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보통 명문대를 나오지 못했다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명문대를 나온 사람을 우러러보게 되고 그 중에서도 아주 특출나게 뛰어난 사람을 보게 되면 그들을 신격화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명문대 출신 교수들은 학계라는 사다리에 최상위층에 있는 엘리트들이다. 단순 명문대 수준을 넘어서 그 중에서도 추리고 추려 일부만 석박사 코스를 밟고 또 그 중에서도 소수만 교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교수라고 하면 마치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존재로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아래의 뉴스와 영상으로 내 머리 속에 막연하게 있었던 그들의 대한 막연하게 부풀려진 이미지가 산산히 부서졌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뛰어난 존재임에는 틀림없지만 더 이상 교수, 의사 등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깨진 것 같다.

최윤원, "가짜 학술지 '와셋' 투고 상위 대학, 저자 논문 공개", 뉴스타파, 2018.07.20, https://newstapa.org/43815
최호, "과기 출연연 80%가 '부실학회' 참석…서울대·KAIST·한의학연 참석 횟수 많아", 전자신문, 2018.09.12, www.etnews.com/20180912000312?mc=ns_003_00003

뉴스의 영상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와셋(WASET: 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이라는 한 터키 가족이 만든, 그리고 OMICS International 이라는 한 인도인이 만든 가짜 학술단체에 전세계의 학생, 연구원, 교수 등이 자신들의 이력에 올릴, 혹은 할당된 연구 제출 과제를 위해 논문 검증 절차가 전혀 필요없이 돈만 내면 접수가 되고 전세계에서 돌아가며 열리는 사실상 학예회 수준에 불과한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자신의 논문과 전혀 무관한 발표를 해도 박수까지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에 전세계 학자들이 몰리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인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고 그들 중에서도 국내 최고 명문대 출신의 교수들도 수시로 논문 투고를 한다고 한다. 그닥 좋은 학교 출신도 아닌 나로서는 논문이니 연구니 학회니 하는 주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비평할 수준도 안되지만 그래도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일반인의 관점으로 봐도 이건 좀 아니다 싶고 여지껏 국내 교육계에 대해 그리고 명문대 출신들에 대해 실제보다 너무 과대평가를 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학문의 공통 언어는 영어인데 물론 한국인으로서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기가 사실상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한국인 학자가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유명한 학회에 참여하기에 진입 장벽을 느낄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은 들지만 나름 한국이 전세계에서 IQ도 높고 머리가 똑똑한 나라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학문의 전당에서 무슨 동네 국비지원 학원 강사만도 못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교수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이자 리더로 여겨지는데 무슨 삼류대학 교수도 아니고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 교수가 저러고 있으니 한국이란 나라의 본모습이 참 궁색하고 별볼일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 사람들이 그 자리까지 오르기까지의 노력과 헌신까지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 사람들은 분명 평범한 대다수보다 뛰어난 지능으로 자기 학문 분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노력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하는 행동과 사고방식, 학자로서의 윤리 수준이 그저 이익만 추구하는 길거리 장사꾼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여 할말을 잃었다. 이게 바로 한국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 저널인 네이처의 뉴스를 인용하자면 실제 위에서 언급된 WASET과 OMICS 뿐만 아니라 동료 평가 과정 등의 논문 평가 과정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돈만 내면 누구나 자신의 논문을 투고 할 수 있는 해적 학술 단체가 '오픈 엑세스 운동(open-access movement)' 이라는 미명하에 논문 평가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편집국(Editorial board)를 그럴싸하게 구성해놓고 사실상 돈만 받아먹고 제대로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는 형태로 많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은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Piotr Sorokowski, Emanuel Kulczycki, Agnieszka Sorokowska & Katarzyna Pisanski, "Predatory journals recruit fake editor", nature, 22 March 2017, https://www.nature.com/news/predatory-journals-recruit-fake-editor-1.2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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