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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16.

한식 세계화의 장애물 (문화, 위생, 인식)


현재는 외국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한국 음식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는 않겠지만 몇년 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라는 주제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일단 한식 자체는 나름대로 특색있고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한식 세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음식 자체의 문제보다 음식 문화를 표현하고 손님에게 내오고 서비스하는 방식과 한국인이 음식을 대하는 자세와 인식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필자가 서양식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고 대신 아시아 음식과 비교하려고 한다. 그리고 필자는 지금까지 명인이 만드는 궁중 음식이나 고급 한정식 같은 것은 먹어본 경험이 없고 그냥 일반 대중적인 식당에서 먹어본 것이 전부라서 한국인이면서도 한식에 대해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준은 될 수 없겠지만 평범한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대중적인 한식에 대해서 평가와 비판을 해보려고 한다.

한식은 품위있게 먹기 어려운 전투식량

한국에서 한국인끼리 식당에서 한식을 먹는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외국에 있는 한식당에서 한식을 먹다보면 왠지 모를 부끄러움과 자괴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혼자 먹을 때 좀 우아하게 먹고 싶은데 한국 음식 중에는 그렇게 우아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별로 많지 않다. 그보다 마치 싸우듯 전투하듯 먹어야 하는 음식이 더 많은 것 같아 미관상 정갈하고 깔끔한 느낌이 부족하다. 일단 먹는 방식만 놓고 보더라도 반찬이 인원수대로 나오는 것이 아닌 테이블 별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각자 입에 들어갔던 젓가락으로 같이 나눠먹는 반찬 그릇을 다 휘적거리고 침을 묻혀가면서 먹을 수밖에 없다. 삼겹살이나 각종 고기구이도 공동 불판에서 자기 침이 묻은 젓가락으로 고기를 익히기 위해 계속 앞뒤로 뒤집어 먹어야 해서 위생상 청결하지 않다. 그리고 고기구이를 다 먹고 나면 그 냄새가 다 옷에 배서 그 사람이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다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국, 찌개, 탕 종류는 너무 뜨겁고 매워서 저절로 흐르는 땀과 눈물을 자꾸 닦아야하고 콧물이 자꾸 흘러 킁킁거리면서 먹을 수 밖에 없는 이런 습관은 서양 테이블 매너에서는 굉장히 매너없고 혐오스럽게 여겨진다고 한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음식 자체가 맵고 뜨거워 콧물이 저절로 나오니..) 그뿐만 아니라 진한 색깔의 국물을 먹다보면 옷에 튀기 쉬운데 세탁을 해도 잘 지워지지 않을 때도 있다. 감자탕이나 갈비탕의 경우 뼈 사이사이에 붙어 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 손으로 뼈를 잡고 코와 볼과 턱에 지저분하게 묻혀가면서 씁씁 소리내면서 먹는 고생을 해야한다. (물론 맛은 있지만..) 게다가 설렁탕에 들어가는 당면과 냉면의 면은 너무 얇고 미끄러워서 평생 한국 음식을 먹고 산 한국인도 가끔 집어 먹기가 쉽지 않다. 냄새와 톡쏘는 맛으로 유명한 홍어도 빼놓을 수 없는데 유명한 유튜버인 영국남자 조쉬가 자신의 영국 친구를 홍어 전문점에 데리고 가서 홍어 먹기 시도를 하다가 친구가 구토를 한 영상을 보면 결코 한국 음식이 먹기 쉬운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알 수 있다. 김치의 경우 준비 과정에서 손님이 먹기 좋게 손질하지 않고 내오면 긴 배추김치를 먹을 때 밥그릇에 얹어서 젓가락으로 쭉쭉 찢어먹어야 하고 설렁탕이나 감자탕 집에서 흔히 제공되는 큰 무김치는 한 입에 들어가지 않아 여러차례 나눠서 깨물어 먹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볼썽사납게 이빨자국이 남은 무김치를 밥 위에 얹어 놓아야만 한다. 한국 대표 음식이라는 비빔밥을 제대로 먹으려면 숟가락으로 경박스럽게 마구 비벼줘야 하는데 차라리 볶음밥이나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렝처럼 애초부터 잘 비벼진 상태에서 나오면 어떨까? 솔직히 서빙 후 손님이 직접 비비거나 주방에서 미리 비벼져서 나오나 그 맛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먹기 전 모습이 가장 보기 좋은 한국 대표 음식 비빔밥

스트레스 해소에는 양푼 비빔밥만한게 없지. 근데 이거 세수대야 아니야?



같이 묵자! 우리가 남이가?

비빔밥의 기원이라고 인터넷에 떠도는 드라마의 한장면

논란의 스까드빱

음식을 한그릇에 같이 먹는 문화에 대해 덧붙이자면 요즘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산, 경상도권의 일명 '스까드빱(섞어덮밥)'으로 대표되는 악명높은 음식 문화가 있는데 모든 남은 음식 혹은 전혀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러 음식을 한 그릇에 섞고 잘 비벼서 여러 사람이 각자 자신의 침 묻은 숟가락으로 게걸스럽게 퍼먹는 것을 말한다. 스까드빱은 그런 희박한 위생 의식, 미관상 지저분해 보이는 모습,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정' 문화가 한데 섞인 자랑스럽지 않은 지극히 한국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그것을 네티즌들이 비하하고 조롱하는 것이다. 차라리 한식 세계화를 할 생각이라면 우리 고유 한국 문화의 정수가 잘 버무려진 쓰까드빱을 널리 알리면 어떨까?

오늘 하루는 오징어 불고기 건배로 마무리~ 친구 아이가?

여고생들의 수능 백일 기념 쓰까빙수. 페북에 올릴꺼당ㅋㅋ

문화예술적 측면에서의 한식

같은 아시아권 음식 문화와 비교해보면 이미 세계적 수준의 반열에 올라가 있는 일본, 태국 음식과 극명히 비교된다. 한국 음식은 미적 측면을 거의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싸고 양 많고 맛있으면 된다는 서민 음식 개념(레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와 뿌리가 같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북한도 해외에서 그들이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에서는 훌륭한 음악적 재능과 미모를 지닌 미녀들을 고용해서 손님에게 서빙도 하고 아름다운 북한 음악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불러주는 종합 예술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한국 음식점은 그냥 집에서 먹는 가정식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 식당에서 팔고 있어 문화예술적 가치가 낮다. 한국에서는 음식을 어떤 예술적 열정을 가지고 바라보기 보다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당장의 굶주림을 채우면 되는 것, 입에 넣어 맛있기만 하면 그만인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아마도 지금 국내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세대의 대부분이 한국 전쟁 이후 가난해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세대라서 그런지 그런 빈궁한 흔적이 음식 문화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데 전라도 사람들 특유의 음식에 대한 열정과 자세를 보자면 전라도 음식만큼은 흔히 말하는 고급스러운 한정식, 파인 다이닝 문화로 앞으로 세계 속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물론 그에 앞서 전라도 음식 또한 위에서 언급한 위생적, 미적, 문화예술적 측면을 깊히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마! 서울 촌늠시키드라! 갠지스 씨앗 호떡 안무밨제?

영주권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한식

해외의 한식당 중 상당수는 한국이 가난하고 보잘 것 없던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에 자라고 교육받았던 서민층이 특별히 정식적인 요리 교육을 받지 않고 그저 어깨너머로 배워온 요리 방식을 가지고 더 풍요로운 삶과 자식 교육을 위해 외국으로 이민와서 생계 유지와 영주권 취득을 위해 식당을 운영하는 케이스가 많은 것 같다. 다른 나라는 잘 몰라도 호주나 뉴질랜드를 보면 많은 일본 레스토랑이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태껏 한국인 스스로가 외국인들의 한국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낮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일본 음식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 같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 한복판에 있는 강남역 레스토랑. 열심히 일하는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주변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 2호선 지하철을 형상화한 듯한 식당을 볼 때마다 너무 부끄러웠다. 심지어 함께 길을 걷던 태국 친구도 저 식당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듯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식 외적 측면 에서의 한식

음식 외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식당의 실내 디자인이나 가구, 데코레이션, 식기에 별로 신경쓰거나 투자하지 않는다. 한국 국내에서는 프랜차이즈형 음식점 점유율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내부 디자인이나 식기 등을 잘 관리해주지만 해외에 있는 한식당은 거의 대부분이 개인이 운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손님이 나가고 난 후에 제대로 식탁을 닦지 않아 지저분한 얼룩과 고추가루 같은게 묻어있거나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고 찐득거리는 식탁이라던지 색이 누렇게 바래고 갈라지고 깨진 촌스럽고 싸구려 같은 플라스틱이나 멜라민 그릇에 음식을 담아오는 모습 또한 그러하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한류, K-Pop이 유행한다고 그걸 식당 내부에 설치된 TV에 반복적으로 틀어놓는 곳을 많이 봤는데 외국 손님이 그런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마음이 착찹했다.

바.. 밥이 안넘어가..

가성비(가격대 성능비)가 떨어지는 한식

가격 면에서는 다른 아시아 국가 음식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물론 그만큼 한국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그런 면이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물론 식당 수준마다 다르고 메뉴마다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한국 음식은 다른 아시아권 음식에 비해 만족도나 퀄리티 대비해서 가격이 높은 편이다.

[부록] 외국에서 국이 메인이 되는 메뉴는 되도록 피하라!

약간 주제에서 벗어나지만 외국 식당에서는 한국, 외국 음식 가릴 것 없이 되도록이면 국이나 탕이 메인이 되는 메뉴는 피하는게 좋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 다르겠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해외여행 중에 (주로 밥도 혼자먹고 여행도 혼자다니는 편인데) 그 많은 양의 국을 숟가락으로 연신 퍼먹고 있는 내 모습을 깨달았을 때 스스로 너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라면이나 우동같이 기본적으로 건더기가 많은 국 종류나 일식에서 조그만 국 그릇으로 나오는 미소 수프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멀건 국에 건더기 몇 개만 둥둥 떠있는 커다란 그릇에 나오는 국 종류는 절대적으로 피하는게 좋다. "내 돈내고 내가 먹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라고 따지고 싶다면 실제 해외 여행가서 한번 시도해보길 바란다.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이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인근 번화가에 있는 로컬 식당에 가서 호기심에 저렴한 현지식 국밥 세트를 시킨 적이 있었다. 게다가 동남아시아 지역은 한국과 다르게 따로 반찬같은 것도 없어서 외국인들 사이에서 연신 국과 밥을 혼자 숟가락으로 연신 퍼먹자니 정말 고역이었고 스스로가 경박스럽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말레이시아의 한 쇼핑몰에 있는 나름 현대적인 한식당에 혼자가서 약간 맵게 조리된 된장국을 시켰는데 그게 대략 2인분 사이즈로 나온데다가 그 맵고 뜨거운 요리를 먹다보니 땀과 눈물이 흘러 계속 티슈로 닦으면서 먹은 적이 있었다. 물론 맛은 있었지만 그걸 먹으면서 느낀점이 국 종류가 많은 음식은 먹는 사람을 참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식 뿐만 아니라 태국의 똠양꿍도 밥과 함께 달랑 하나만 시켜먹는 것을 경험상 추천하지 않으며 다른 메인요리를 함께 시킨 상태에서 사이드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하다. 그런 일련의 경험 덕분에 앞으로는 외국에서 국이 메인이 되는 메뉴를 절대 시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먹는데 큰 돈을 쓰지 않고 식사를 하는데 있어서 품위나 멋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나조차도 이런 느낌을 받았다면 아마 대다수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낄 것이다. 물론 다시 말하면 분명히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이런식으로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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