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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7.

태국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말 사실이야?

작년 가을에 일주일 정도 태국 자유여행을 하면서 느낀 태국과 태국 사람들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주요 관광 도시에 대한 인상

  • 수도인 방콕은 솔직히 그냥 다른 동남아시아 나라들의 수도와 크게 다를게 없어서 별다른 감흥이랄까 할만한게 없었다. 쇼핑이나 유흥이 목적이었다면 괜찮을지도.
  • 파타야는 역시나 세계적인 휴양지라 그런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느꼈던 굉장히 상업적인 냄새를 많이 풍겨서 좀 거부감이 들었지만 파타야 인근 꼬란섬에서의 그 새하얀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와 평화로운 분위기는 파타야 해변과 한국의 해수욕장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아주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 파타야에서 액티비티를 한번에 5개를 할 수 있는 1일 짜리 액티비티에 참가했는데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씨워킹, 보트 패러글라이딩, 바나나보트, 모터보트, 스노클링, 점심까지 포함된 솔직히 말하자면 맛보기 수준으로 짧고 빠르게 진행했지만 저렴한 가격(7만원 정도)에 구색이 잘 갖춰진 프로그램이었다. 파타야 길거리에 있던 로컬 관광샵에서 직접 예약해서 아주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다.
  • 아유타야는 비유를 하자면 인도네시아 프라바난 사원이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미얀마의 바간과 비슷한 느낌인데 불교 사원과 불상이 많은 과거 몇 백년전의 시암(옛날 태국 국가명)의 수도였다고 한다. 이곳은 또 이곳만의 시골스러운 평화롭고 조용한 느낌이 방콕이나 파타야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다. 불상이나 사원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이미 그보다 한수 위인 프라바난이나 앙코르와트, 보로부두르, 바간 등을 이미 경험해서 그런지 그때만큼의 여운이랄까 강한 인상은 없었다. 
  • 수코타이는 태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사람들이 좀 더 순박하고 인간적인 느낌이 들었다. 좀 더 뭐랄까 인간미가 느껴지는 곳이라고 할까나. 아무래도 방콕이나 파타야에 비해 관광객이 그렇게 많이 찾는 곳은 아니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 치앙마이가 아마도 한국인의 취향에 가장 잘 맞는 태국 내 관광도시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들도 태국 남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중국 근처에 위치한 나라라 그런지 좀 더 우리같은 동아시아인과 비슷하게 생겨서 친근감이 갔다. 도시 내외 쇼핑, 볼거리, 숙소, 교통, 음식 등이 잘 되어 있어 즐길거리가 많고 다른 도시에 비해 눈쌀 찌푸릴 일도 없고 개인적으로는 태국에서 여행하기에 가장 괜찮은 곳이었다.


태국 사람들에 대한 인상

  • 태국이 불심이 대단한 불교국가로 알려져 있는데 캄보디아, 미얀마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불심으로 치면 나는 미얀마를 더 높게 쳐주고 싶다. 태국은 너무도 자본주의화 되었고 뭐랄까, 내가 들어왔던 태국의 이미지와 상당히 상반되는 느낌을 여행하면서 많이 받게 되어 좀 실망스러웠다. 예를 들어 태국의 친절함, 미소 등이 굉장히 널리 알려져있는데 실제 태국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그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 표정이 한결같이 어둡고 어쩌다가 눈이 마주치면 찡그리기가 예사였고 그나마 밝은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란 교복입은 여학생들 정도였다.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들어왔던 태국의 '친절한 미소'와 같은 이미지와는 너무도 달라서 솔직히 좀 당황스럽고 속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길거리에서 본 사람들의 삶이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정치제도가 문제일까? 빈부격차가 문제일까?
  • 한국에 대해 반한감정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격하거나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알듯 모를듯 서양인과 한국인을 차별 대우한다는 느낌은 조금 들었다. 이미 첫번째 직장에서 태국계 말레이시아인들과 함께 일을 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별로 인간적인 면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동남아시아 사람들 치고는 그 정도가 좀 강했다. 물론 나만의 피해의식일 수도 있고 운나쁘게 그런 사람들만 만난 것일 수도 있다.
  • 태국을 여행하면서 태국 사람의 기질에 대해서 곰곰히 분석을 해봤다. 일단 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Passive aggresive(수동적 공격성향)가 체화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겉으로 직설적으로 반감이나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되 뭔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뒷통수를 때려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런걸 많이 느끼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뭐라 컴플레인을 하기도 뭐하고 어쩔때는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어 사람을 알쏭달쏭하게 하지만 확실히 찝찝한 여운이 가시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찌보면 비교적 직설적인 한국인과는 성향이 정반대인 것 같기도 하다. 태국인들이 일본인들과 성향이 비슷하고 쉽게 친해지기가 어렵고 속을 알기 어렵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뭐 관광객인 나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바가지를 씌우지는 않았고 물론 친절한 사람들도 많았다.

의사소통에 대해 

  • 태국 사람들이 대체로 영어를 못해서 의사소통하기 쉽지 않다. 중국보다는 낫지만 간단한 영어로 대화해야하고 그마저도 안되면 구글 번역기를 돌려야 한다. 영어 실력이 베트남 사람들보다 조금 낫거나 비슷한 것 같다.


태국 음식에 대해

  • 흔히 태국음식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고 알려져 있어 여행 전 기대를 많이 했으나 실제 시도를 해보니 정말 서구에서 입이 마르게 칭찬하듯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에는 조금 공감하기 어려웠다. 팟타야나 똠양꿈이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한국인 입맛에는 그닥 매력적인 음식인지는 모르겠다.
  • 하지만 음식에서 사용하는 향신료가 굉장히 이국적이고 다양한데 그런 향신료들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서 정말 강렬하지만 잘 어울어지는 맛을 만들어낸다. 개인적으로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이 굉장히 태국적인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교통수단과 숙소에 대해

  • 방콕이나 파타야를 제외한 여러 소규모 관광도시에서 스쿠터를 하루 단위로 빌려서 돌아다니며 여행을 했는데 내가 느낀 것이지만 이런 역사적인 유적지가 많은 중소도시들은 나같은 운전초보들도 스쿠터를 타기가 수월하다. 교통량도 많지 않고 도로 구획도 복잡하지 않은 편이었고 이번에는 구글 네비게이션을 제대로 사용해봤는데 음성 안내 기능을 켜놓고 셔츠 앞주머니에 넣고 가면서 음성 지시에 따라 운전해보니 정말 편했다. 스마트폰 기술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이런 부분이 여행하는 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 해외여행 중 택시나 일반인 운전자를 호출을 할 수 있는 그랩(Grab) 어플을 본격적으로 쓰게된 첫 여행이기도 했는데 말레이시아에서 애용해서 잘 알고 있지만 해외여행에서도 이렇게 편할줄은 몰랐다. 불과 몇 년전 힘들게 택시 잡고 바가지 쓰고 했던게 모두 옛 일이 되어버렸다. 
  • 숙소도 예전과 다르게 100% booking.com이나 expedia를 통해 예약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했는데 옛날 론리플래닛 책을 보면서 직접 주소를 보고 찾아가던 경험이라던지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하던 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고 또 프로모션 가격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서 정말 만족스러웠다. 
  • 조만간 론리플래닛 같은 가이드북도 이러한 스마트폰의 기술 발달과 그에 따른 새로운 앱이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언젠가는 현재와 같은 지위를 더 이상 누리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만 하더라도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여행을 하는데 론리플래닛에 많이 의존했는데 이제는 그보다 훌륭한 정보와 서비스를 스마트폰 내에서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비싼 돈 주고 산 론리플래닛을 잘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 기껏해봐야 버스, 기차, 비행기 정보를 얻거나 그 지역의 역사나 배경같은 정보를 얻는데 사용할 뿐이다. 아마 머지않아 론리플래닛은 조만간 책으로된 사전이나 백과사전과 같은 처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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