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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16.

암울한 택시 업계에 대한 택시 운전사와의 대화


우버, 그랩, 카카오택시의 등장으로 택시업계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와중에 다른 나라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우버, 그랩을 타면서 느꼈던 만족감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직장생활을 하며 종종 택시를 타면서 마음 속에서 드는 느낌은 택시업계는 필연적으로 종말할 운명이라는 점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우버같은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출퇴근 피크 시간 때 정작 택시기사들은 손님을 가려서 태운다는 점이 큰 불만이었고 간혹가다 겪는 택시기사의 불친절은 덤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나는 택시기사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 사회적으로 택시 관련 이슈가 생길 때마다 종종 의견을 물어보곤 했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Q. 기사님들은 우버나 카카오택시 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A. 자신들에게는 굉장히 불리하다. 택시 기사들은 애초부터 사회생활을 택시운전을 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기사들은 경력이 20~30년 가까이 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기사들의 경우 할줄 아는게 택시 운전밖에 없기 때문에 우버나 카카오택시 때문에 택시업계가 망해버리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 그리고 택시기사는 자신들의 번호판을 일종의 부동산처럼 재산으로 여기고 있다. 은퇴 후 번호판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 그것 자체가 큰 돈이 되기 때문에 그것만 믿고 살아왔는데 당장 카카오택시 같은 것들 때문에 번호판 가격이 반토막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Q. 택시 번호판을 사고 판다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거래가 되는 것인지?
A. 택시 기사 수는 일반적으로 각 시마다 적정 TO를 정해두고 그에 맞게 택시기사 면허를 허가해주는 방식이라 신규 택시기사가 일을 시작하려면 시에서 허가를 받고 새로 진입하려는 택시기사가 은퇴하려는 택시기사의 번호판을 구입하면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그 택시번호판은 부동산처럼 시세에 따라 가격이 변동한다. 하지만 카카오택시 등으로 인해 거의 반토막 날 정도로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Q. 최근 카카오택시 규탄 집회로 광화문에서 분실 자살을 한 택시 기사들이 있었는데 그 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렇게 목숨을 걸 정도의 일인지 궁금하다.
A.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기사님들은 성격 자체가 극단적인 성격이라 그런 선택을 한 것이겠지만 모든 택시기사들은 그 자살한 기사의 심정을 100% 이해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서 스스로를 희생하는 그들에게)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Q. 택시 기사님들은 손님을 태워서 받는 요금을 전부 갖는게 아니라 자신이 속한 택시회사에 사납금을 일정 액수 내야 한다고 들었는데 택시 기사들 입장에서 사납금의 압박이 굉장하다고 들었다. 그 사납금을 없애버리면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닌지?
A. 그런 경우는 개인택시 기사가 아닌 택시 회사에 속한 기사이며 쉽게 말해 그 택시 회사의 직원들이다. 그 사람들은 택시도 회사에서 나오고 기름값, 수리비 등 각종 유지보수 비용도 회사에서 지불하는 방식이고 단지 몸만 가서 운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납금 제도가 있는 것이다. 택시회사도 그런 식의 운영비가 나가기 때문에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납금이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돈을 모아서 자기 택시와 택시 번호판을 구입하면 개인 택시 운전사로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개인택시 기사들의 수입은 월 200 만원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한때 박근혜 키드라고 불려졌던 하버드 출신 기업인이자 정당인인 이준석이 2개월 간 택시기사로 일을 하며 경험해보면서 느낀점을 인터뷰 한 위 영상을 보니 이 사람도 택시 업계는 '결국에는 사라질 운명'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택시운전사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연착륙)을 찾아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우버와 같은 신기술의 등장과 기존 택시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족으로 인해 택시업계는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이다. 한국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우버의 서비스가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통해 유상 운송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제34조와 제81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결과적으로 불법화되었고 그 결과 간신히 택시 업계의 급격한 몰락은 막은 상태이지만 마치 균열이 크게 난 댐을 일시적으로 땜질한 것 같은 느낌이라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도 맞지 않는 처방이 얼마나 더 갈지 모르겠다.

참고로 내가 외국에 살면서 우버, 그랩을 이용하면서 현지 택시기사들의 상황을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우버 운전사 자신이 알고 있는 주변의 택시 기사들 소득이 70%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그 나라는 한국과는 다르게 택시업계에 대한 보호법 같은게 따로 없었고 오히려 우버나 그랩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최근 택시 서비스인 타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의 분신 사건이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문제는 택시기사들이 자살을 한다고 절대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일반 시민들의 마음만 돌아서게 될 것이고 카카오택시나 타다 같은 서비스에 대한 의도치 않은 노이즈 마케팅을 해주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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